소위 레시피를 중요시 하는 근대 가양주 흐름에서, 삼해주만큼 난해한 경우도 없지 싶다. 삼해주는 13개 정도의 제법이 내려오고 있다고 하니 공정의 일관성은 없다고 봐야하고, 그저 해일(돼지날) 마다 빚는다는 철학적인 의미와 함께 저온 발효를 특징으로 하는 술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음력 1월 12일인 첫 돼지날의 해시(오후 9시~11시)에 첫 밑술을 빚고, 12일 간격으로 총 세 번 술을 빚는 삼해주를 담그며 새해의 염원을 바랬다.
올해 나도 처음으로 산가요록 방식으로 삼해주를 빚었는데, 덧술 단계에 다다르자 레시피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인 전순의 선생을 붙들고 이 비율로 어떻게 원문에 나온 "죽"을 쑤라는 것인지 따져 묻고 싶었으나 의중은 알 수 없었고, 주변에 술 빚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을 뿐이었다.
전순의는 "된범벅"도 그저 "죽"이라고 적어 놓았기에, 실제는 그가 모든 술을 만들어 본 것이 아니라 구전되는 제법을 적다가 생긴 오류일 거라 추측하는 이도 있었다. 조언을 구했던 다른 이 중에는 "구멍떡"이나 "백설기"를 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는데, 이것도 기재된 물 비율을 따져보면 딱 맞는 것도 아니었으니, 혼란이 가중되었다.
사정이 이렇기에 많은 이들이 각자 방식대로 만드는 편이지만, 그 중 가장 참고할만하고 널리 알려진 삼해주는 충북 괴산의 "권희자"명인 술이다. 대략적인 제법은 다음과 같다
- 유투브 : 권희자 명인 삼해주 https://youtu.be/_6yqLpkYePY
권희자 명인, 삼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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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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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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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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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떡은 아니다, 송편떡 정도의 점도로 빚어서 70%를 익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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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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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은 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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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다양한 고전 제법을 해본 논문과 책을 참고하였고, 정리해 봤다.
참고로 관능평가에 나타난 사람의 취향과 미각 기호도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다.
이 포스팅에 사용된 자료는 다음을 참고하였다.
- 논문 : 고문헌 유래 삼해주의 제조방법에 따른 품질특성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111436235963
산가요록 (1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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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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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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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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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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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20말 (2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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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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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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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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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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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기, 전체 곡식: 물 = 약 2:1
원문은 많은 물을 부어가며 찌라고 되어 있다. 그냥 순수 백설기로 하니 도저히 술이 나올수 없는 뻑뻑함이었음. |
음식디미방 10말 (3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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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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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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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공정
죽 → 범벅 → 고두밥 테크 트리 |
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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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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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4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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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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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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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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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제법으로 구멍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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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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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5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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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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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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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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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물 투입 일체 없음
엄청 달 것 같은데, 물도 부족하고. 곡식:물 비율이 약 5:1 |
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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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산림경제 (6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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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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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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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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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쌀을 반쯤 섞은 점이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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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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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물
곡식:물 비율이 약 2:1 |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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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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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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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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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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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되서 너무 많은 물을 넣었다.
결과는 관능 평가를 볼 것. |
산가요록, 15도 저온 발효 (8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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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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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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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저온 발효를 하면, 제법 1보다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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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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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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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관능평가는?
종합점수에 따른 순위는 아래와 같은데,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더라.
- 2위와 3위과 거의 동률인데, 쌀의 가공 형태가 동일했지만 물 비율에서는 전혀 달랐다
- 산가요록의 경우 저온 발효를 해서, 맛의 특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오차범위 수준)
- 단계 별 물의 가수가 많았던, 특히 밑술2때 더 많았던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은 망테크
- 다소 평이한 3제법이 낮은 등수에 올랐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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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20말 (2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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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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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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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산림경제 (6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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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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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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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5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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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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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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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4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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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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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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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요록 (1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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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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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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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10말 (3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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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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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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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요록, 15도 저온 발효 (8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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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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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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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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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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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온 관능 평가를 좀 더 자세하게 열거해본다. 산가요록 저온 발효는 책에서 빠져있는데, 아마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 참고로 포도의 Brix는 20~25다.
논문에는 기호도를 명확하게 적은 반면 책에는 각 항목별 수치를 달아 두었는데, 이것만으로는 각자 어떤 판단을 할지 자뭇 궁금해진다. 논문을 참고하기 전에 나는 산가요록이 제일 현대적인 술이 아닐까라고 단정지었었다. 단맛이 도드라지는 술이라는 것이 트렌드에 맞지 않다고 단정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취향은 비교적 높은 수치의 단맛에 끌린다는 결론이었고, 나는 레시피를 도중에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 책 : 풀어쓴 고문헌 전통주 제조법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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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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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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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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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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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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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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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요록 (1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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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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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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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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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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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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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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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20말 (2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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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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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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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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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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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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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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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다미방 10말 (3제법)
|
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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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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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
19.6
|
0.7
|
11.6
|
음식다미방 (4제법)
|
0.39
|
4.3
|
6.4
|
12.6
|
17.6
|
27.1
|
음식다미방 (5제법)
|
0.42
|
4.6
|
9.3
|
15.8
|
30.3
|
31.5
|
증보산림경제 (6제법)
|
0.35
|
4.2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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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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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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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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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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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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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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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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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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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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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어떤 삼해주를 빚었는가는 다음에 적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