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조사

삼해주 제조 방법 조사

from마음 2024. 6. 11. 23:31

소위 레시피를 중요시 하는 근대 가양주 흐름에서, 삼해주만큼 난해한 경우도 없지 싶다. 삼해주는 13개 정도의 제법이 내려오고 있다고 하니 공정의 일관성은 없다고 봐야하고, 그저 해일(돼지날) 마다 빚는다는 철학적인 의미와 함께 저온 발효를 특징으로 하는 술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음력 1월 12일인 첫 돼지날의 해시(오후 9시~11시)에 첫 밑술을 빚고, 12일 간격으로 총 세 번 술을 빚는 삼해주를 담그며 새해의 염원을 바랬다.

 

올해 나도 처음으로 산가요록 방식으로 삼해주를 빚었는데, 덧술 단계에 다다르자 레시피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인 전순의 선생을 붙들고 이 비율로 어떻게 원문에 나온 "죽"을 쑤라는 것인지 따져 묻고 싶었으나 의중은 알 수 없었고, 주변에 술 빚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을 뿐이었다.

 

전순의는 "된범벅"도 그저 "죽"이라고 적어 놓았기에, 실제는 그가 모든 술을 만들어 본 것이 아니라 구전되는 제법을 적다가 생긴 오류일 거라 추측하는 이도 있었다. 조언을 구했던 다른 이 중에는 "구멍떡"이나 "백설기"를 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는데, 이것도 기재된 물 비율을 따져보면 딱 맞는 것도 아니었으니, 혼란이 가중되었다.

 

사정이 이렇기에 많은 이들이 각자 방식대로 만드는 편이지만, 그 중 가장 참고할만하고 널리 알려진 삼해주는 충북 괴산의 "권희자"명인 술이다. 대략적인 제법은 다음과 같다

권희자 명인, 삼해주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가루 1.5kg에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 함
  2. 익반죽이 식으면 누룩(백곡) 가루 1kg를 혼합
  3. 둥글납작한 덩어리를 만들어 항아리에 켜켜히 쌓음
  4. 12일 발효
  • 끓는 물의 정확한 용량은 알수 없으나, 영상으로 봐서는 쌀가루의 2.5~3배 정도 한것 같다.
  • 무려 "백곡"을 쓴다.
덧술1
  1. 멥쌀가루 2kg에 밀가루 1kg 섞고, 끓는물로 익반죽 함
  2. 익반죽 도중에 한덩이 씩 널찍한 덩어리로 만듬
  3. 끓는 물에 반죽 덩어리를 넣어 반만 익힘 (70% 익힘)
  4. 덩어리를 꺼내서 으깨고 식힘
  5. 밑술과 혼합
구멍떡은 아니다, 송편떡 정도의 점도로 빚어서 70%를 익힌 것

덧술2
  1. 멥쌀 2kg로 고두밥 (김 오른 후 1시간)
  2. 고두밥에 끓여 식힌 물 3 리터를 넣어 섞어줌
  3. 여기에 덧술 1를 위에 덮듯이 부어준다
찹쌀은 안씀

이 후 다양한 고전 제법을 해본 논문과 책을 참고하였고, 정리해 봤다.

참고로 관능평가에 나타난 사람의 취향과 미각 기호도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다.

이 포스팅에 사용된 자료는 다음을 참고하였다.

 
산가요록 (1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찹쌀 270g 가루낸 뒤, 백설기
  2. 물 1,570ml 을 부어 죽 만들기
  3. 누룩 가루 140g과 밀가루 50g 넣고 혼합
  4. 12일 발효
  • 기이한 밑술이라고 생각했었다. 물이 지나치게 많고, 누룩은 이렇게 눈꼽만큼 넣는다니.
  • 거기다 바로 죽을 쑤는 것이 아니라, 백설기를 하고 나서 죽을 하라니 이게 무슨 경우일까
덧술1
  1. 멥쌀 1,860g 가루낸 뒤, 끓는 물 1,370ml 넣어 익반죽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 원문은 죽을 쑤라고 나와 있으나, 도저히 죽이 될 수 없는 물 비율
  • 논문 저자는 물의 비율을 근거로 익반죽으로 해석하고 그대로 실행
  • 보통 범벅이라는 현대 레시피들은 거의 다 익는 것인데, 이건 직접 해보니 그야말로 반생반숙이 된다.





덧술2
  1. 멥쌀 3,180g 가루낸 뒤, 끓는 물 2,50ml 넣어 익반죽
  2. 범벅을 덧술 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음식디미방 20말 (2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1,060g 가루낸 뒤, 물 1,71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190g과 밀가루 60g 넣고 혼합
  3. 12일 발효
 
덧술1
  1. 멥쌀 2,280g 가루낸 뒤, 물 2,280ml로 익반죽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덧술2
  1. 멥쌀 4,590g 를 가루낸 뒤, 백설기 (많은 물을 부어가며)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백설기, 전체 곡식: 물 = 약 2:1
원문은 많은 물을 부어가며 찌라고 되어 있다. 그냥 순수 백설기로 하니 도저히 술이 나올수 없는 뻑뻑함이었음.
 
음식디미방 10말 (3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760g 가루낸 뒤, 물 1,22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90g과 밀가루 30g 넣고 혼합
  3. 12일 발효
평이한 공정
죽 → 범벅 → 고두밥 테크 트리















덧술1
  1. 멥쌀 1,140g 가루낸 뒤, 물 1,830ml로 익반죽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덧술2
  1. 멥쌀 2,650g 를 고두밥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음식디미방 (4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410g 가루낸 뒤, 물 64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100g와 혼합
  3. 12일 발효



덧술1
  1. 멥쌀 3,980g 가루낸 뒤, 구멍떡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똑같은 제법으로 구멍떡을 했다







덧술2
  1. 멥쌀 3,980g 가루 낸뒤, 구멍떡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음식디미방 (5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410g 가루낸 뒤, 물 2,04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320g와 혼합
  3. 12일 발효





덧술1
  1. 멥쌀 5,300g 가루낸 뒤, 구멍떡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추가 물 투입 일체 없음
엄청 달 것 같은데, 물도 부족하고.


곡식:물 비율이 약 5:1



덧술2
  1. 멥쌀 2,650g 으로 고두밥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증보산림경제 (6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90g 가루낸 뒤, 물 2,38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70g와 밀가루 50g 혼합
  3. 12일 발효
 
덧술1
  1. 멥쌀 880g과 찹쌀 900g을 가루 낸뒤, 구멍떡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맵쌀을 반쯤 섞은 점이 특이점



덧술2
  1. 멥쌀 4,420g 고두밥 한 뒤, 끊는 물 570ml로 혼합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약간의 물


곡식:물 비율이 약 2:1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1,110g 가루낸 뒤, 물 3,000ml 로 죽 만들기
  2. 누룩 가루 80g와 밀가루 70g 혼합
  3. 12일 발효



덧술1
  1. 멥쌀 1,110g과 찹쌀 1,400g을 가루 낸뒤, 구멍떡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발효



덧술2
  1. 멥쌀 550g 고두밥 한 뒤, 끊는 물 3600ml로 혼합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발효
마지막에 되서 너무 많은 물을 넣었다.
결과는 관능 평가를 볼 것.


 
산가요록, 15도 저온 발효 (8제법)
기타 메모
밑술
  1. 멥쌀 270g 가루낸 뒤, 백설기
  2. 물 1,570ml 를 부어 죽 만들기
  3. 누룩 가루 140g와 밀가루 50g 혼합
  4. 12일을 15도에서 저온 발효
15도 저온 발효를 하면, 제법 1보다 나아질까?















덧술1
  1. 멥쌀 1,860g을 가루낸 뒤, 끊는 물 1,370ml로 익반죽
  2. 범벅을 밑술과 혼합
  3. 12일 15도에서 저온 발효
덧술2
  1. 멥쌀 3,180g을 가루낸 뒤, 끓는 물 2,50ml로 익반죽
  2. 덧술1과 혼합
  3. 6월 25일까지 저온 발효

 

그래서 관능평가는?

종합점수에 따른 순위는 아래와 같은데,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더라.

  • 2위와 3위과 거의 동률인데, 쌀의 가공 형태가 동일했지만 물 비율에서는 전혀 달랐다
  • 산가요록의 경우 저온 발효를 해서, 맛의 특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오차범위 수준)
  • 단계 별 물의 가수가 많았던, 특히 밑술2때 더 많았던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은 망테크
  • 다소 평이한 3제법이 낮은 등수에 올랐다
1위
음식다미방 20말 (2제법)
4.48
2위
증보산림경제 (6제법)
4.33
3위
음식다미방 (5제법)
4.33
4위
음식다미방 (4제법)
4.24
5위
산가요록 (1제법)
3.76
6위
음식다미방 10말 (3제법)
3.67
7위
산가요록, 15도 저온 발효 (8제법)
3.38
8위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3.14

책에 나온 관능 평가를 좀 더 자세하게 열거해본다. 산가요록 저온 발효는 책에서 빠져있는데, 아마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 참고로 포도의 Brix는 20~25다.

 

논문에는 기호도를 명확하게 적은 반면 책에는 각 항목별 수치를 달아 두었는데, 이것만으로는 각자 어떤 판단을 할지 자뭇 궁금해진다. 논문을 참고하기 전에 나는 산가요록이 제일 현대적인 술이 아닐까라고 단정지었었다. 단맛이 도드라지는 술이라는 것이 트렌드에 맞지 않다고 단정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취향은 비교적 높은 수치의 단맛에 끌린다는 결론이었고, 나는 레시피를 도중에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 책 : 풀어쓴 고문헌 전통주 제조법
제법
총산(%)
pH
아미노산도
알콜
환원당
Brix
산가요록 (1제법)
0.41
4.8
8.4
21.2
2.5
15.3
음식다미방 20말 (2제법)
0.36
4.6
9.3
16.1
16.4
30.3
음식다미방 10말 (3제법)
0.25
5.1
7.2
19.6
0.7
11.6
음식다미방 (4제법)
0.39
4.3
6.4
12.6
17.6
27.1
음식다미방 (5제법)
0.42
4.6
9.3
15.8
30.3
31.5
증보산림경제 (6제법)
0.35
4.2
5.9
13.1
10.1
22.2
조선무쌍신식조리제법 (7제법)
0.41
4.5
5.4
15.2
0.1
9.1

 

그래서 나는 어떤 삼해주를 빚었는가는 다음에 적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