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호고연경(好古硏經) 시음회

from마음 2024. 8. 25. 12:24

 

마셨던 술 일부. 웰컴드링크를 빼고, 마음에 들었던 순서로 나열였다,

 
복술복술 남궁승 선생이 공지했던 호고연경(好古硏經) 시음회에 다녀왔다. 타이틀이었던 호고연경은 "옛것을 좋아하고 경전을 연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시음회 장소였던 "솔깃" 주점에 가는 지하철에서 공지한 술들의 주방문을 살피고 마셔보고 싶은 순서로 정리를 했었다. 그때는 6개만 마시고 와야지 했었는데, 소주 포함 거의 모든 술을 다 마셔보고 왔다. 14개정도 마신것 같다.ㅋㅋㅋ
 
각 술 별로 아래와 같이 시음 후기를 남겨본다. 맛있었던 순서로 적는다. 이외에도 마셨던 몇 가지 술이 있었지만, 따로 메모하지 않았던 것은 제외했다.
 

  1. 진향주(震香酒) : 이날 마신 술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미리 주방문을 체크했을때 후수의 양이 꽤 많아서 궁금하던 술이었다. 기껏해야 후수는 보조적으로 조금 넣는것이라던 생각하던 것과 달리, 진향주의 주방문은 과감한 후수가 인상적이었다. 문헌에는 < 맛이 매우 달고 독하며, 향기가 입 안에 가득 찬다 >로 나와있던데, 실제는 산미가 조금 있으면서 드라이하고, 포도향같은 것이 살짝 감돌았다. 후수를 많이해서 그런지 바디감은 적었지만 쌉쌀한 맛이 감돌아서 술다움이 있었다.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싶어, 남궁승 씨에게 주방문을 물어보니, <주찬>이라 했다. 
  2. 도인주 : 원래는 백자주였는데, 도인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둘 다 부재료로 "잣"이 들어간다. 이것 역시 바디감과 산미는 진향주와 비슷했는데, 후취에서 살짝 감도는 잣의 맛이 매력적이었다. 진향주와 더불어 이날 가장 맛있는 술이었다. 도인주가 두 번째로 맛있었다. 주방문은 <유성룡비망기>라고 한다. 부의주 계열인 듯 하다. 이것도 만들어볼 예정
  3. 부의주(웰컴드링크) : 눈이 번쩍 뜨이는 경쾌한 산미의 부의주가 웰컴 드링크로 제공되었다. 기존에 마셔보던 부의주보다 산미가 도드라졌는데, 금정산성 누룩을 썼기 때문일 거란 이야길 들었다. 이것도 한번 해보려한다.
  4. 연엽주 : 산미와 드라미를 띈 쌉쌀한 청주였다. 살짝 장향도 있으나 이취로 느껴질법한 수준은 아니었다. 청주가 굉장히 맑아서 필터 프레스 여과를 한것인지 여쭈어보니, 사용하지 않았고 오래 앉힘과 반복적인 통갈이로 거둬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좀 오래 묵은 술이겠구나 싶었지만, 대신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필터로 하면 이취 뿐 아니라 향과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대회에서는 불리다하다는 이야기도 "피어나"님께 들을 수 있었다.
  5. 용호주 : 아.. 이것도 맛있었다. 이 술에는 솔잎과 쑥이 들어가는 있는 술이다. 찾아보니 <향약집성방>이라는 의약서에 있었다. 부재로 덕이겠지만, 향이 특히 매력적이고 조화로웠고, 술은 전반적으로 바디감이 없는 쌉쌀한 청주였다.
  6. 과하주 : 과하주라고 하지만 소주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처럼 초기 과하주에는 소주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주방문은 <계미서>였다. 그래서 과하주와는 전혀 다른 결을 띄는 완전히 쨍하게 "단"술이었다. 사실상 이름만 과하주였다. 저번 술구리님 술처럼 카라멜맛이 쨍하게 나는 단맛이 났다. 취향 때문에 반도 못마시고 남겼지만, 단 맛이 정말 인상적인 잘 만든 술이었다.
  7. 백일주 : 연초에 만드는 저온발효 술로 알고 갔어서, 가장 마셔보고 싶은 술이었다. 기대했던 맛은 드라이한 술이었는데, 실제는 바닐라향이 지배하는 단술이었다. 이것도 쨍한 단맛이고, 바디감이 묵직했다. 역시 취향 때문에 반도 못마시고 남겼다.
  8. 청감주 : 사진에는 없는, 청감주는 최악이었다. 사진에 없는 이유는 못먹겠어서 옆에 있던 맛보기님을 드렸기 때문이다 ㅋㅋㅋ 그런데, 나만 그렇고 맛보기님과 피어나님은 이날 모든 술중에서 청감주가 제일이라 했다. 이 날의 청감주는 송절주와 블렌딩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모금만 마셔도 입안을 뚜드려패는 솔향과 박하향같은 방향이 강렬했는데, 여직 마셔본 전통주에서 그런 맛을 경험해본적이 없었다. 향과 맛이 긍적적인 취향은 최고의 술로 꼽았고, 치를 떨었던 내게는 최악의 술이 되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술의 취향을 더 잘 알게된 시간이었다. 그동안 취향이 아니던 단 술을 주로 만들었었는데, 이후로는 드라이하고 산미가 많은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간에 남궁승 선생님께 도량형에 대해서 물었고, 대략적인 대답을 들었는데 100%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따로 시음회를 포함한 도량형 수업을 해달라고 요청드렸다. 어쨌든 이날 들었던 내용을 조금 찾고 따로 정리해보려한다.
 

남궁승 선생이 선물로준 직접 쓰신 글귀. "王盈通大道 충만함이 우주의 큰 원리를 관통하고, 一斗会自然 (곡식의) 한 말이 자연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