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 일지/삼양주

[완료] 삼해주 #1 @2023.1.29.

from마음 2024. 8. 16. 00:23

이전에 엑셀로 기록을 하며 만들었던 술 중에서, 블로그에 옮겨 기록하고 싶은 것을 골라 적음
이번에는 처음 만들었던 삼해주 기록이다. 

개요

  • 2022년 연말 즈음이 되니 전통주 단톡방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삼해주를 만든다고 하길래 나도 해봤다
  • 이에 삼해주 주방문을 아래와 같이 사전 조사했고 이중에서 산가요록 방식을 택하되, 일부 도량을 변경했었다.
  • 산가요록을 선택한 이유는 알콜이 제일 높았고, Brix가 적당하여 달지 않은 술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 술을 안 좋아한다..)
  • 그러나 이것은 당시 삼해주와 고문헌 주방문을 암것도 모르던 초짜의 고행이 된다. 지나보면 배운것도 많았지만.

https://soony.tistory.com/185

삼해주 제조 방법 조사

소위 레시피를 중요시 하는 근대 가양주 흐름에서, 삼해주만큼 난해한 경우도 없지 싶다. 삼해주는 13개 정도의 제법이 내려오고 있다고 하니 공정의 일관성은 없다고 봐야하고, 그저 해일(돼지

soony.tistory.com

 
주방문

  • 산가요록 주방문을 따르겠다고 결정한 후에도, 조사를 조금 더 했다.
  • 산가요록 주방 원문 기반의 도량을 먼저 본 뒤, 논문 실험 데이터도 함께 참고했다.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산가요록 : http://www.lampcook.com/food/food_alcohol_view.php?idx_no=14
단계 발효 멥쌀 찹쌀 가공 누룩 누룩형태 비율 (곡물/물)
밑술  1 12   5.4 0.96 31 2.8 누룩가루 1 :  4.87
덧술1 13  12  37.1     27.3 범벅     1 : 0.74
덧술2 25 49 63.6     41 범벅     1 : 0.64
전체 비율 1: 0.9276  

.

논문 실험 (산가요록)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111436235963
단계 발효 멥쌀 찹쌀 가공 누룩 누룩형태 비율 (곡물/물)
밑술 1 12   0.27 0.05 1.57   0.14   1 : 4.91
덧술1 13 12 1.86     1.37       1 : 0.74
덧술2 15   3.18     2.5       1 : 0.79
전체  비율 1 : 1.0149  
  • 산가요록 삼해주 주방문의 약 7% 비율로 줄여서 만들었다.
수행한 주방문 
단계 발효 멥쌀 찹쌀 가공 누룩 누룩형태 비율 (곡물/물)
밑술 1 12   0.3 0.067 2 0.2 누룩가루 1 : 5.45
덧술1 13 12 2.59     2 범벅     1 : 0.77
덧술2 25 49 4.45     2.8 범벅     1 : 0.63
전체  비율 1 :0.9179  

술빚기

  • 나름 처음 빚어보는 삼해주라 돼지날과 돼지시(22~24시)를 지키려고 했다.
  • 다시 말하지만, 이 삼해주의 작업은 실수와 땜질의 연속이었다.

2023.01. 29. 오후 2시 30분

  • 건조 찹쌀 가루 300g을 그대로 찜기에 넣고 백설기를 해봤으나, 딱딱한 찹쌀 덩이가 되었을 뿐 백설기가 되지 않았다.
  • 백설기를 하려면 별도로 수분을 먹여주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인지 하지 못했다.
  • 본래 주방문은 설기죽을 하는 것이나, 위의 이유로 찹쌀덩이 그대로 죽으로 만들었다.
  • 이 과정에서 찜보자기에 흡착되어 떨어져나간 찹쌀 가루 유실분을 추정하여 15g을 추가로 넣었다.
  • 죽에 들어가는 물은 찹쌀 가루 300g의 5.74배이니까, 1.722 리터가 될 것이지만, 찹쌀 가루가 건조 가루였던 점을 고려하여 물을 조금 더 추가한다는 개념으로 생수 2리터로 죽을 쑤었다. (물 120g 정도를 가수한다는 개념이었다)

2023.01. 29. 오후 11시 40분 (밑술)

  • 식혀진 죽에 곱게 간 누룩 가루 200g과 밀가루 67g을 투입하고 혼화하였다.
  • 물이 많은 죽이라 조금만 섞어도 바로 물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했다.
  • 저온 발효를 고려하여, 술덧을  항아리에 담고 베란다에 두었다. 베란다 온도가 9.7~10도 부근이었다.
  •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비율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2023.01. 31. 오후 4시

  • 여전히 베란다 온도가 10도 이하이거나 근처여서, 보쌈을 했다. 10도 이하에서는 효모 활동이 힘들다고 들었다.
  • 베란다 온도 10.3~11.5 사이를 왔다갔다 했음

2023.02. 01. 오후 4시

  • 실외 11.3도

2023.02. 04. 

  • 실외 10도였다가 11.3도도 찍고 왔다 갔다함

2023.02. 09. 오후 10시 (밑술 완료 + 10일  22시간)

  •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났고, 향이 미친듯이 고급스러웠다.
  • 이때 나던 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만약 이 향이 청향이라면 전통주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향일 것이다.
  • 다만 밑술  맛은 신맛 나는 맹물이고, 곡물가루가 단단히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음. 이에 교반해주고 다시 덮었다.
  • 다음날 덧술을 하기 위해서 멥쌀 2.59kg을 15분 주걱으로 돌려 씻고 침지했다

2023.02. 10. 오후 12시 (덧술1)

  • 멥쌀 2.59kg을 방앗간에서 쌀가루로 빻아온 뒤, 생수 2리터를 붓고 범벅을 만들었다.
  • 쌀/물의 비율이 1보다도 적은 비율이라, 범벅하기가 힘들었고 그야말로 반생반숙이었음.
  •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다시 하게되면 1kg씩 나누어서 범벅을 하는 편이 나을듯 하다.
  • 워낙에 쌀가루와 물의 비율이 범벅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비율이라, 양조사인 지인분은  구멍떡 비율이라고 했었다.
  • 그래서 구명떡으로 하려하다가, 역시 때려치고 범벅 그대로 한뒤에 밑술과 혼화하였다.
  • 그러나 범벅이 워낙에 덩이진것이 많았고, 골고루 범벅화가 된 것이 아니기에 혼화에만 1시간이 걸렸다.
  • 다음날 폭발 수준으로 술 덧이 끓어올라 넘쳤는데, 반쯤 포기하고 항아리 벽에 술덧이 붙은 채로 내버려 두었다.

2023.02. 18. 오후 10시

  • (이제서야) 항아리 뚜껑을 열어서 부풀어 오른 끊었던 부유물 모두를 닦아냈다.
  • 우려한 것치고 혼합된 결과물이 텁텁하진 않았더라. 발효가 잘된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음.

2023.02. 20. 오전 1시

  •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니 달큰하면서 살짝 과일향이 났다. 살짝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2023.02. 21. 오후 11시

  • 내일이 해일이라, 맛을 봤다. 매우 드라이하며 밍밍한 물 맛도 많이 났지만, 염려했던 역한 맛은 나지 않았다.

2023.02. 22. 오전 1시 (덧술2)

  • 멥쌀 4.45kg을 주걱으로 10분 세미하고, 침지했다.
  • 오후에 백설기를 했고, 백설기 한 것에 끓는 물 2.8리터를 부어서 더 익히고 식혔음
  • 역시나 물이 비상식적으로 적었고, 방법을 몰라서 끓는 물이 골고루 먹지 않아 잘 풀어지지 않았다.
  • 결과적으로 물먹은 부분들 위주로 단단한 떡이 되었다.
  • 식히는데 7시간 정도 걸렸음.

2023.02. 23. 오전 1시 

  • 22일 해시(10~12시)에 혼화를 했지만, 백설기가 떡처럼 굳은 부분이 많아서 손으로 풀며 혼화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음. 그러다보니 날짜를 넘겨 23일 오전 1시에 끝났다.
  • 덧술 후 품온 온도 18도정도로 보인다.

2023.02. 24. 

  • 품온온도 16도인데, 기포가 살짝씩 올라옴

2023.02. 27. 오전 2시 

  • 품온온도 12도. 하루에 1도씩 떨어지더라

2023.03. 12. 오전 2시 

  • 3월이 되니 실온이 점점 오르고 있고, 술덧 품온도 조금씩 오르더니 17도에 도달했다.
  • 얼마전부터 방구 냄새같은게 났는데, 이날은 되게 강한 가스 냄새같은것이 났다.

2023.04. 12. (채주)

  • 이상한 향과 맛. 치즈 냄새같이 맛이 변질된 것도 느껴진다
  • 포기하고 버릴 예정이지만, 우선은 냉장 보관 시작했다.

< 이 술에 대한 이 후 기억 >

  • 지나 생각해보면, 산가요록 삼해주는 초심자가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공정이 많았다.
  • 이 삼해주는 설기죽과 극단적인 물비율의 범벅 공정을 요구했는데, 이 모두가 내게는 실패였다.
  • 결국 설기죽과 범벅에 대한 공정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 그 결과 설기죽의 극적인 당화는 없었고, 균일하지 못했던 범벅 품질로 덧술때마다 항아리는 폭발했다.
  • 높았던 아미노산과 폭발했던 술덧 잔여물 탓인지 채주 때에는 치즈 냄새도 났다.
  • 그리나, 아마도 한 6개월 정도 잊고있다가 맛을 보니 이취는 거의 사라졌고, 그럴듯한 고전적인 삼해주의 맛이 났다.
  • 고문헌DB를 따르는 정통 삼해주는 대게 그 맛이 밋밋하고 드라이한 삼해주의 성격을 띄었다. 여직까지 마셔본 몇몇 삼해주가 다 그러했다. 그 중에서는 시판 삼해주도 있었는데, 듣기로 음식다미방 20말 제법을 따랐다.
  • 정통 삼해주는 호불호가 강할 수 밖에 없어서, 현대적인 맛이 취향인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고, 소주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 이 술은 발효조 채로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당화가 계속되어서 점점 마실만하고 맛이 숙성되어 좋아지다가,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단조롭고 흡사 조청과 같은 단맛만이 도드라져서 버리게 되었다. 탁주 부분을 제거하고 보관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 저온 발효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극단적인 밑술 비율로도 술이되었고, 그 향이 또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