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엑셀로 기록을 하며 만들었던 술 중에서, 블로그에 옮겨 기록하고 싶은 것을 골라 적음
이번에는 처음 만들었던 삼해주 기록이다.
개요
- 2022년 연말 즈음이 되니 전통주 단톡방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삼해주를 만든다고 하길래 나도 해봤다
- 이에 삼해주 주방문을 아래와 같이 사전 조사했고 이중에서 산가요록 방식을 택하되, 일부 도량을 변경했었다.
- 산가요록을 선택한 이유는 알콜이 제일 높았고, Brix가 적당하여 달지 않은 술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 술을 안 좋아한다..)
- 그러나 이것은 당시 삼해주와 고문헌 주방문을 암것도 모르던 초짜의 고행이 된다. 지나보면 배운것도 많았지만.
주방문
- 산가요록 주방문을 따르겠다고 결정한 후에도, 조사를 조금 더 했다.
- 산가요록 주방 원문 기반의 도량을 먼저 본 뒤, 논문 실험 데이터도 함께 참고했다.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산가요록 : http://www.lampcook.com/food/food_alcohol_view.php?idx_no=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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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일 | 발효 | 멥쌀 | 찹쌀 | 밀 | 물 | 가공 | 누룩 | 누룩형태 | 비율 (곡물/물) |
밑술 | 1 | 12 | 5.4 | 0.96 | 31 | 죽 | 2.8 | 누룩가루 | 1 : 4.87 | |
덧술1 | 13 | 12 | 37.1 | 27.3 | 범벅 | 1 : 0.74 | ||||
덧술2 | 25 | 49 | 63.6 | 41 | 범벅 | 1 : 0.64 | ||||
전체 비율 | 1: 0.9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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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실험 (산가요록)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111436235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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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일 | 발효 | 멥쌀 | 찹쌀 | 밀 | 물 | 가공 | 누룩 | 누룩형태 | 비율 (곡물/물) |
밑술 | 1 | 12 | 0.27 | 0.05 | 1.57 | 0.14 | 1 : 4.91 | |||
덧술1 | 13 | 12 | 1.86 | 1.37 | 1 : 0.74 | |||||
덧술2 | 15 | 3.18 | 2.5 | 1 : 0.79 | ||||||
전체 비율 | 1 : 1.0149 |
- 산가요록 삼해주 주방문의 약 7% 비율로 줄여서 만들었다.
수행한 주방문 | ||||||||||
단계 | 일 | 발효 | 멥쌀 | 찹쌀 | 밀 | 물 | 가공 | 누룩 | 누룩형태 | 비율 (곡물/물) |
밑술 | 1 | 12 | 0.3 | 0.067 | 2 | 죽 | 0.2 | 누룩가루 | 1 : 5.45 | |
덧술1 | 13 | 12 | 2.59 | 2 | 범벅 | 1 : 0.77 | ||||
덧술2 | 25 | 49 | 4.45 | 2.8 | 범벅 | 1 : 0.63 | ||||
전체 비율 | 1 :0.9179 |
술빚기
- 나름 처음 빚어보는 삼해주라 돼지날과 돼지시(22~24시)를 지키려고 했다.
- 다시 말하지만, 이 삼해주의 작업은 실수와 땜질의 연속이었다.
2023.01. 29. 오후 2시 30분
- 건조 찹쌀 가루 300g을 그대로 찜기에 넣고 백설기를 해봤으나, 딱딱한 찹쌀 덩이가 되었을 뿐 백설기가 되지 않았다.
- 백설기를 하려면 별도로 수분을 먹여주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인지 하지 못했다.
- 본래 주방문은 설기죽을 하는 것이나, 위의 이유로 찹쌀덩이 그대로 죽으로 만들었다.
- 이 과정에서 찜보자기에 흡착되어 떨어져나간 찹쌀 가루 유실분을 추정하여 15g을 추가로 넣었다.
- 죽에 들어가는 물은 찹쌀 가루 300g의 5.74배이니까, 1.722 리터가 될 것이지만, 찹쌀 가루가 건조 가루였던 점을 고려하여 물을 조금 더 추가한다는 개념으로 생수 2리터로 죽을 쑤었다. (물 120g 정도를 가수한다는 개념이었다)
2023.01. 29. 오후 11시 40분 (밑술)
- 식혀진 죽에 곱게 간 누룩 가루 200g과 밀가루 67g을 투입하고 혼화하였다.
- 물이 많은 죽이라 조금만 섞어도 바로 물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했다.
- 저온 발효를 고려하여, 술덧을 항아리에 담고 베란다에 두었다. 베란다 온도가 9.7~10도 부근이었다.
-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비율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2023.01. 31. 오후 4시
- 여전히 베란다 온도가 10도 이하이거나 근처여서, 보쌈을 했다. 10도 이하에서는 효모 활동이 힘들다고 들었다.
- 베란다 온도 10.3~11.5 사이를 왔다갔다 했음
2023.02. 01. 오후 4시
- 실외 11.3도
2023.02. 04.
- 실외 10도였다가 11.3도도 찍고 왔다 갔다함
2023.02. 09. 오후 10시 (밑술 완료 + 10일 22시간)
-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났고, 향이 미친듯이 고급스러웠다.
- 이때 나던 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만약 이 향이 청향이라면 전통주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향일 것이다.
- 다만 밑술 맛은 신맛 나는 맹물이고, 곡물가루가 단단히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음. 이에 교반해주고 다시 덮었다.
- 다음날 덧술을 하기 위해서 멥쌀 2.59kg을 15분 주걱으로 돌려 씻고 침지했다
2023.02. 10. 오후 12시 (덧술1)
- 멥쌀 2.59kg을 방앗간에서 쌀가루로 빻아온 뒤, 생수 2리터를 붓고 범벅을 만들었다.
- 쌀/물의 비율이 1보다도 적은 비율이라, 범벅하기가 힘들었고 그야말로 반생반숙이었음.
-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다시 하게되면 1kg씩 나누어서 범벅을 하는 편이 나을듯 하다.
- 워낙에 쌀가루와 물의 비율이 범벅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비율이라, 양조사인 지인분은 구멍떡 비율이라고 했었다.
- 그래서 구명떡으로 하려하다가, 역시 때려치고 범벅 그대로 한뒤에 밑술과 혼화하였다.
- 그러나 범벅이 워낙에 덩이진것이 많았고, 골고루 범벅화가 된 것이 아니기에 혼화에만 1시간이 걸렸다.
- 다음날 폭발 수준으로 술 덧이 끓어올라 넘쳤는데, 반쯤 포기하고 항아리 벽에 술덧이 붙은 채로 내버려 두었다.
2023.02. 18. 오후 10시
- (이제서야) 항아리 뚜껑을 열어서 부풀어 오른 끊었던 부유물 모두를 닦아냈다.
- 우려한 것치고 혼합된 결과물이 텁텁하진 않았더라. 발효가 잘된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음.
2023.02. 20. 오전 1시
-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니 달큰하면서 살짝 과일향이 났다. 살짝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2023.02. 21. 오후 11시
- 내일이 해일이라, 맛을 봤다. 매우 드라이하며 밍밍한 물 맛도 많이 났지만, 염려했던 역한 맛은 나지 않았다.
2023.02. 22. 오전 1시 (덧술2)
- 멥쌀 4.45kg을 주걱으로 10분 세미하고, 침지했다.
- 오후에 백설기를 했고, 백설기 한 것에 끓는 물 2.8리터를 부어서 더 익히고 식혔음
- 역시나 물이 비상식적으로 적었고, 방법을 몰라서 끓는 물이 골고루 먹지 않아 잘 풀어지지 않았다.
- 결과적으로 물먹은 부분들 위주로 단단한 떡이 되었다.
- 식히는데 7시간 정도 걸렸음.
2023.02. 23. 오전 1시
- 22일 해시(10~12시)에 혼화를 했지만, 백설기가 떡처럼 굳은 부분이 많아서 손으로 풀며 혼화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음. 그러다보니 날짜를 넘겨 23일 오전 1시에 끝났다.
- 덧술 후 품온 온도 18도정도로 보인다.
2023.02. 24.
- 품온온도 16도인데, 기포가 살짝씩 올라옴
2023.02. 27. 오전 2시
- 품온온도 12도. 하루에 1도씩 떨어지더라
2023.03. 12. 오전 2시
- 3월이 되니 실온이 점점 오르고 있고, 술덧 품온도 조금씩 오르더니 17도에 도달했다.
- 얼마전부터 방구 냄새같은게 났는데, 이날은 되게 강한 가스 냄새같은것이 났다.
2023.04. 12. (채주)
- 이상한 향과 맛. 치즈 냄새같이 맛이 변질된 것도 느껴진다
- 포기하고 버릴 예정이지만, 우선은 냉장 보관 시작했다.
< 이 술에 대한 이 후 기억 >
- 지나 생각해보면, 산가요록 삼해주는 초심자가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공정이 많았다.
- 이 삼해주는 설기죽과 극단적인 물비율의 범벅 공정을 요구했는데, 이 모두가 내게는 실패였다.
- 결국 설기죽과 범벅에 대한 공정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 그 결과 설기죽의 극적인 당화는 없었고, 균일하지 못했던 범벅 품질로 덧술때마다 항아리는 폭발했다.
- 높았던 아미노산과 폭발했던 술덧 잔여물 탓인지 채주 때에는 치즈 냄새도 났다.
- 그리나, 아마도 한 6개월 정도 잊고있다가 맛을 보니 이취는 거의 사라졌고, 그럴듯한 고전적인 삼해주의 맛이 났다.
- 고문헌DB를 따르는 정통 삼해주는 대게 그 맛이 밋밋하고 드라이한 삼해주의 성격을 띄었다. 여직까지 마셔본 몇몇 삼해주가 다 그러했다. 그 중에서는 시판 삼해주도 있었는데, 듣기로 음식다미방 20말 제법을 따랐다.
- 정통 삼해주는 호불호가 강할 수 밖에 없어서, 현대적인 맛이 취향인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고, 소주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 이 술은 발효조 채로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당화가 계속되어서 점점 마실만하고 맛이 숙성되어 좋아지다가,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단조롭고 흡사 조청과 같은 단맛만이 도드라져서 버리게 되었다. 탁주 부분을 제거하고 보관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 저온 발효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극단적인 밑술 비율로도 술이되었고, 그 향이 또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