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술"은 가양주 연구소에서 언급하는 개념이던데, 일본 양조에서 말하는 주모(酒母)와 유사하다고 생각했었다.
얼핏 밑술과 주모가 유사하면서도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는 추정했지만, 시간을 내서 찾아보고 조사하지 않았었다.
대강 그렇게 어떤 것인지만 알고 있었고 해본적이 없다가, 오늘에서야 자료를 찾아보며 정리를 해보려 한다. 지인 중에 "씨앗술"을 한 뒤로 술이 더 잘되더라는 경험담도 건너들었고, 삼해소주 아카데미를 다녀와보니 유사한 공정이 있어 보였다.
"씨앗술"은 무엇이고, 왜 쓰는가? 이에 대해 <한국 전통주 교과서>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씨앗술의 목적은 누룩 대신 사용하며, 밑술의 안정된 발효를 하기 위한 것이다.
추가로 인터넷을 찾아보고, 류인수 소장님의 인터뷰에서 씨앗술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다음의 언급을 찾았다.
“씨앗술은 전통주를 제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씨앗술이 술의 안정된 발효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술을 만드는 재료의 전체 비율에서 쌀과 물의 비율을 줄이고, 누룩의 양을 늘려 발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효모의 안정된 배양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대량의 곡물과 물이 투입된 상태에서 누룩을 넣기보다 소량의 곡물과 물,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누룩을 넣으면, 누룩 안에 있는 야생 효모와 젖산균의 대량증식을 통해 안정된 술 빚기가 가능해진다.”
정리하면, 씨앗술의 개념을 다음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 밑술 전에 씨앗술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밑술을 만든다 (=씨앗술은 밑술이 아니다)
- 씨앗술은 안정된 술 발효를 위한 작업이다. (=효모의 안정적인 배양을 밑술에 앞서하는 스타터이다)
- 멥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되직한 죽을 만든 뒤, 누룩을 섞어 이틀간 발효한 술이다. (=죽이라고 하지만 범벅이다)
- 씨앗술 제조 단계에서는 누룩이 많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잡균 오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씨앗술을 만드는 기본 비율과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아래의 비율을 씨앗술 1개라고 한다.
죽의 비율이 조금 흥미롭다. 4배수가 안되는 물.... 이것으로 죽을 한다? 책을 읽어보니 사실상 범벅이었다.
재료 | 멥쌀 | 물 | 누룩 |
양 | 300g | 1리터 | 600g |
비율 | 쌀:물:누룩 = 1 : 3.33 : 2 |
- 쌀가루에 끓고 있는 물을 붓고, 멍울없이 풀어준다.
- 이 후 차게 식힌다.
- 발효조에 술덧을 담고 1일 1회 혼합한다.
- 3~5일 후에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조금 정보가 부족한 느낌이라,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8365675&memberNo=31387021
https://blog.naver.com/feeling2104/223127371938
위 페이지에서, 관련한 팁이 조금 더 나온다.
- 옹기에 혼합한 누룩을 담고 한지로 입구를 봉한 뒤 뚜껑을 덮는다.
- 20~25℃ 온도에서 2~3일 정도 발효시켜 씨앗술을 완성한다.
- 완성된 씨앗술은 밑술을 빚을 때 누룩 대신 넣어 발효시킨다.
- 밑술에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냉장실에 일주일 정도까지 보관해 사용할 수 있다.
- 하지만 완성된 즉시 사용해야 맛이 더 좋다.
요약하면,
- 술덧을 반개봉 상태를 한 뒤, 실온에서 2~3일간 발효한다.
- 즉 호기성 환경을 조성해서 효모를 배양시킨다.
- 바로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고, 아니라면 일주일까지는 냉장실 보관이 가능하다.
- 즉 효모를 굳이 굶길 필요는 없다. 바로 쓰는 것이 효율이 좋다.
그러면 씨앗술은 술만들 때에 얼만큼 사용하나?
- 씨앗술 1개로 쌀 10kg에 사용될 수 있다.
- 씨앗술 1개에는 누룩 600g이 들어간다.
- 일반적인 밑술 배양이라면 쌀 10kg에 누룩 1kg인데, 씨앗술은 누룩의 양을 40% 줄이면서도 효모 배양이 잘 된다.
- 즉 씨앗술의 사용량은 쌀의 양에 비례해서 결정한다.
주모(酒母)와 유사점은 어떤 것일까?
https://www.houraisen.co.jp/ko/sake-brewing-k.html
위 사이트에서 <주모> 란에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 주조에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누룩과 포도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 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 그 효모 (우량 효모)를 적당한 양까지 배양하는 공정을 주모 만들기라고 합니다
- 한국 발음으로는 주모(酒母)인데, 일본어 발음으로는 Shubo라고 읽는듯 하다. 영어 번역은 Mother Culture.
- 일반적인 사케의 재료 비율이 아래라고 전제하면, 전체 술덧 양에서 주모를 7% 투입한다.
- 참고로 사케에서도 3단 발효라고 말하면서도, Shubo는 주조에서 발효 단계로 카운트하지 않는다.
- 즉 Shubo는 사케 공정에서도 발효라고 하지 않고, 스타터 정도로 여겨진다.
삼해소주 아카데미?
- 오늘 다녀온 삼해소주 아카데미 레시피에서도 씨앗술 혹은 Shubo 개념이 있는 것 같다.
- 일정은 다음과 같다. 내가 수강한 것은 일요일 반이라 모두 일요일로 맞춰진 스케쥴이다.
- 술 발효가 사람을 기다려 주지는 않을테니까, 양조 일정에 맞춰 저온으로 술덧 컨디션을 조정되는 것일게다.
- 밑술 : 10월 13일(일)
- 1차 덧술 : 10월 20일(일)
- 2차 덧술 : 11월 17일(일)
- 3차 덧술 : 12월 15일(일)
- 증류 : 각자 스케줄에 따라 조정
이때, 오늘 했던 밑술 재료가 다음과 같다. 멥쌀은 1kg을 침지했기 때문에 실제 중량은 1.25kg 정도일 것이지만, 편의상 물량에서 생략했다. 물 250g을 더 더하면 거의 4배수에 가까운 물이 된다.
재료 | 멥쌀 | 물 | 누룩 |
양 | 1kg | 3.5리터 | 1kg |
비율 | 쌀:물:누룩 = 1 : 3.5 : 1 |
위 비율로 죽을 만든다고는 하나, 쌀가루 위에 끓는 물을 붓는 것이 아니고, 끓는 물에 쌀가루를 붓고 2~3분여간 빠르게 금속 거품기로 휘젓는 공정이었다. 이 후 1시간 뜸을 한 뒤, 저온 창고에서 이따금 개방 후 저어 열기를 빼서 식혔다. 참고로 누룩은 쌀과 동량으로 적은데, 삼해소주는 덧술 때마다 누룩을 넣으니, 덜 넣는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에서는 밑술 공정이라고 표기했으나, 삼해주가 삼양주인 것을 고려하면 밑술은 10월 20일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삼해 소주 아카데미의 술 제조 공정에도, 아래의 이유로 씨앗술 내지는 주모와 유사한 스타터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 최초 술덧의 물 비율이 4배 이하인 점
- 죽이라고 하나, 실제 공정은 완숙에 가까운 범벅인 점
- 면포 수준으로 개방한 호기성 환경에서 실온 발효하는 점
- 하루 1~2회 혹은 술 덧 컨디션에 따라 저어주는 점
- 삼양주를 빚으면서, 총 공정은 4번 인 점
이것은 조선시대 삼해주와는 다른 것이며, 일본 양조 혹은 그 영향을 받은 근대 (마포 일대의) 양조장들의 공장형 공법이 전파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더 전통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양조 기술은 시대에 따라 발전된 것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에 따라 공정이 선택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것을 두고 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철학적인 영역으로 논점을 전환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심스러운 주제이기는 하다.
이러한 밑술 이전 단계의 스타터 개념은 전통주에서는 괜찮은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뭐라고 판단해야할지 아직 긴가민가 해진다. 전통 방식에는 수곡도 있고, 석임도 있다지만 그것이 씨앗술과 같지는 않다. 그리고 씨앗술은 일본의 주모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고, 그저 입국 사용 없이도 술을 안정적으로 잘 빚어 진다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은 정도의 생각이 든다.
가끔은 괜한 생각들이 술을 거스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전통주를 만들면서 말이다.